홍염까지 터진 '위험천만' 상암, 상처만 남은 FC서울 '버막'…팬들의 버스 막기, 누구를 위한 일인가 >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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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 2025-07-28 16:44

일반기사 홍염까지 터진 '위험천만' 상암, 상처만 남은 FC서울 '버막'…팬들의 버스 막기, 누구를 위한 일인가

기사입력 2025-07-01

작성자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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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뉴스 김환 기자) '버스 막기'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근본적인 해결책과 가까워질 수 없다.

버스를 막은 뒤 남는 것은 구단과 선수단, 그리고 팬들 사이에 생긴 상처뿐이다. 모두에게 득이 없고 실만 있는 게 '버스 막기'다.

K리그에서 이따금 보이는 '버막(버스 막기)'은 언제나 팬들이 구단을 향해 일방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이었다. 팬들이 감독을 불러세워 현 상황에 대해 항의할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었지만, 같은 이야기만 반복될 뿐 정작 원론적인 문제가 해결된 적은 없었다.

29일 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가 끝난 뒤 서울 팬들이 벌인 버스 막기도 다르지 않았다.

지하 주차장 출구 앞에는 이미 수십 분 전부터 구단 버스가 나오길 기다리는 서울 팬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팬들은 서울 구단 버스가 출구에서 나오자마자 버스 앞으로 달려가 버스의 동선을 가로막았다. 지난 몇 년 동안 서울을 거쳐 갔던 최용수, 박진섭, 그리고 안익수 감독에 이어 김기동 감독마저 '버막'을 피할 수 없었다.

서울 팬들이 버스를 막는 과정에서 위험천만한 장면도 나왔다. 하관을 가린 한 팬이 홍염을 터트리며 버스 쪽으로 달려간 것이다. 좁은 공간에 많은 인파가 몰린 상태라 자칫하면 인명 사고로 번질 수도 있었던 상황. 다행히 홍염을 든 팬은 소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안전요원들에 의해 제지됐다.

서울 팬들은 "김기동 나가"와 "김기동 나와"를 번갈아 외치며 김 감독의 퇴진, 그리고 당장 버스에서 내려와 현 상황에 대해 직접 설명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많은 팬들이 기성용의 유니폼과 김 감독의 퇴출을 요구하는 문구가 적힌 종이, 스마트폰 등을 손에 쥔 채 구단 버스와 대치를 이어갔다.

서울의 유성한 단장을 비롯한 구단 관계자들이 확성기 마이크를 잡고 팬들을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한번 끓어오른 팬들의 분노는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약 한 시간 정도 이어졌던 버스 막기는 결국 김기동 감독이 버스에서 내려 팬 간담회를 통해 기성용과의 결별 과정을 설명하겠다고 말하고 나서야 끝이 났다.

그동안 팬들이 경기 후 버스를 막는 이유는 구단의 성적 부진 때문이었지만, 서울의 이번 '버막 사태'의 배경에는 팀을 떠나게 된 서울의 레전드 기성용이 관련되어 있다.

서울 팬들은 계약 기간이 6개월밖에 남지 않은 레전드와 결별하기로 한 서울의 결정에 분노를 표했다. 기성용의 소식에 서울 팬들의 화가 커진 이유는 서울이 과거 박주영부터 이청용, 오스마르, 고요한 등 서울을 대표했던 선수들과 결별하는 과정에서 레전드들에 대한 대우가 부족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또한 팬들은 구단이 서울이라는 팀을 대표하는 선수인 기성용과 결별하는 과정이 팬들과 충분한 소통 없이 이뤄졌고, 서울 공식 서포터스인 '수호신'이 구단을 견제하는 역할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을 두고 구단과 일부 팬들을 비난했다.

시즌 중 갑작스럽게 팀 레전드와 헤어지게 된 서울 팬들의 심정은 누구도 재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수단을 비롯한 구단 구성원들이 탄 버스를 세워 홍염을 터트리고, 소리를 지르고, 감독에게 욕설을 퍼붓는 행동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버막'은 진정 팀을 위하는 길이 아니다.

감독은 버스에서 나오지 않아도, 나와도 결국 욕을 먹는다. 경기 직후 피로가 쌓인 선수단과 코칭 스태프들의 귀가는 늦어진다. 버스 막기를 겪는 선수들도 동요하고, 팀 분위기도 당연히 흔들린다. 당장 7월2일 전북 현대와 코리아컵 8강전을 치러야 하는 서울이다.

구단으로서는 감정이 격앙된 팬들을 앞에 두고 곧장 해결책을 내기도 어렵다. 군중심리에 따라 분위기가 험악해질 우려도 있다. 서울 구성원들과 팬들 모두 상처만 남는 게 바로 버스 막기다.

한 시간 가까이 버스에서 대기하다 마침내 내려온 김기동 감독도 "이번 일이 일어나게 된 것에 대해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이틀 뒤 간담회를 통해 다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라고 말한 게 전부다.

29일 버스 막기의 결과는 결국 이틀 뒤 간담회 개최였다. 구단에 소통 창구 마련을 요구하는 것은 다른 방식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무턱대고 버스를 막는 것보다 더 성숙한 소통 문화, 그리고 상식선에서 분노를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고 이번 사태에 대해 구단의 책임이 없다고는 하기 힘들다.

성난 팬들을 진정시키려면 서울 구단도 만만의 대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1일 진행될 팬 간담회에서 팬들이 이해할 만한 내용과 설명을 준비하지 않으면 더욱 큰 후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김 감독이 약속한 좋은 성적도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

사진=한국경제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koreaec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