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기사 '기성용 공백 그래도 있는데' FC서울, 후반기 리그+ACL 병행 가능할까…김기동 감독의 '묘수' 필요하다
기사입력 2025-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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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기성용도 세월을 피하지는 못했지만, 전성기 시절에 비해 활동량을 비롯한 전체적인 기량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K리그 내 최고 수준의 미드필더로 평가받았다. 옆에서 기성용의 수비 부담을 덜어줄 파트너만 있다면 기성용의 볼줄기는 더욱 쭉쭉 뻗어나갈 수 있었다.
지난 2020년 서울에 복귀해 서울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레전드로 자리매김한 기성용과 서울의 동행은 25일부로 잠시 멈췄다.
기성용이 2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포항 스틸러스 이적 소식을 전하면서다. 서울은 기성용이 은퇴할 때 은퇴식을 열고, 향후 그가 지도자 커리어를 밟을 때 물심양면으로 돕겠다고 약속했다. '기성용 없는 서울'이라는 말은 아직 입에 붙지 않는 어색한 단어의 조합이지만, 이제는 마주해야 할 현실이기도 하다.
서울은 이제 기성용과의 결별을 뒤로 하고 기성용이 빠진 3선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기성용은 지난 4월 다치기 전까지 분명히 서울의 미드필드에서 중책을 수행한 선수였다. 그가 부상으로 빠진 기간 동안 서울은 기성용의 공백을 확실하게 느꼈다. 그러나 기성용이 돌아올 때를 기다리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남은 선수들로 3선 조합을 구성해야 한다.
서울이 현재 보유한 주전급 3선 자원은 이승모, 류재문, 그리고 황도윤이다. 최근 2선에 배치되고 있지만 3선까지 커버할 수 있는 정승원과, 마찬가지로 3선 미드필더로 종종 활용되는 오른쪽 측면 수비수 최준까지 포함하면 다섯 명.
하지만 냉정하게 바라보면 현재 서울의 전문 3선 미드필더들은 눈에 띄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 때문에 서울은 최근 후반전 들어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정승원을 3선으로 내리거나, 박수일이나 대전하나시티즌으로 이적한 김진야를 풀백으로 기용하고 최준을 3선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허리를 맡겼으나 이 역시 큰 효과를 거뒀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나마 22세 이하(U-22) 자원인 황도윤이 제 역할을 해주고 있는데,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 선수에게 부담이 쏠리는 것은 좋은 현상이 아니다. 게다가 황도윤은 올해 U-22 대표팀 소집까지 병행할 가능성이 커 체력 문제도 신경 써야 한다.
김기동 감독의 묘안이 필요한 때다.
김 감독은 포항 스틸러스 사령탑 시절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2023시즌을 앞두고 2022시즌 포항의 중심을 책임졌던 신진호의 이적이었다. 물론 당시에는 오베르단이라는 리그 정상급 미드필드 자원을 비롯해 김준호, 김종우, 한찬희 등 다른 대안이 있었으나, 전술 및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베테랑 미드필더가 갑작스럽게 빠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새 얼굴을 영입하지 않는 이상 김 감독은 기존 자원들의 재조합과 전술 변화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시즌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이뤄진다면 서울은 상승세에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후반기에 시작될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를 위해서라도 3선 문제는 서울의 필수 해결 과제다.
기성용의 시즌 중 이적으로 달아오른 팬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결과를 내야 하는 김 감독이다. 기성용이 포항으로 이적한 이유 중 하나가 김 감독이 기성용에게 '플랜 제외' 통보를 했기 때문으로 알려지면서 서울과 김 감독은 남은 기간 동안 팬들의 따가운 눈총 속에 성적을 내야 하는 부담감을 안게 됐다.
서울이 기성용의 이적을 허가한 선택이 시즌 종료 이후 어떻게 평가될지 궁금해졌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koreaec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