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왜 4시간39분이나 하죠?…첼시, 벤피카와 279분 연장 혈투 끝 4-1 승리→초장기 명승부 이유는 >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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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 2025-07-28 16:05

일반기사 축구를 왜 4시간39분이나 하죠?…첼시, 벤피카와 279분 연장 혈투 끝 4-1 승리→초장기 명승부 이유는

기사입력 2025-06-29

작성자 윤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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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뉴스 윤준석 기자) 킥오프부터 경기가 종료 휘슬이 울리기까지 걸린 시간이 4시간 39분이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명문 첼시가 폭우와 낙뢰로 인한 전례 없는 경기 지연 속에서 연장 혈투를 치러 웃었다. 포르투갈 최강 벤피카를 3골 차로 꺾고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8강에 진출했다.

첼시는 29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뱅크 오브 아메리카 스타디움에서 열린 클럽 월드컵 16강전에서 벤피카에 4-1로 승리를 거뒀다. 넉넉한 점수 차였지만 전·후반전까진 1-1이었다.

첼시는 후반 19분 리스 제임스의 선제골로 앞서다가, 낙뢰로 인한 약 2시간 경기 중단 이후 상대팀의 아르헨티나 국적 월드클래스 공격수 앙헬 디 마리아에게 페널티킥으로 동점을 허용했다. 연장 후반 들어 세 골을 몰아치며 뒤늦게 쾌승했다.



이날 벤피카는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아나톨리 트루빈 골키퍼를 비롯해, 프레드리크 아우르스네스, 카스페르 달, 안토니오 실바, 니콜라스 오타멘디를 수비라인으로 구성했다. 중원에는 플로렌티노 루이스, 조앙 바레이라, 오르쿤 코크추가 배치됐고, 최전방 스리톱에는 파리스 셸데루프, 바그너 파블리디스, 디 마리아가 선발 출전했다.

이에 맞선 첼시는 4-2-3-1 전형으로 나섰다. 로베르트 산체스가 골문을 지킨채, 리스 제임스, 브누아 바디아실, 레비 콜윌, 마르크 쿠쿠렐라가 백4를 구축했다. 3선은 모이세스 카이세도, 로멜 라비아가 호흡을 맞췄다. 2선에는 콜 팔머, 엔소 페르난데스, 페드로 네투가 배치됐다. 최전방 원톱으로는 리암 델랍이 나와 상대 골문을 노렸다.

첼시는 경기 시작 43초 만에 네투가 오른쪽에서 빠른 침투 후 슈팅을 시도하며 포문을 열었다. 트루빈 골키퍼가 이를 가까스로 막아냈고, 초반부터 양 팀 모두 높은 템포로 경기에 임했다.

전반 19분 플로렌티노가 중원에서 저지른 실수를 라비아가 가로채며 델랍에게 패스했다. 델랍은 공을 박스 안 쿠쿠렐라에게 내줬다. 쿠쿠렐라는 침착하게 오른발로 감아찼지만, 실바가 골라인 위에서 헤딩으로 걷어내며 위기를 넘겼다.

2분 뒤인 전반 21분엔 팔머가 왼쪽 측면에서 예리한 슈팅을 시도했으나 트루빈이 다시 한 번 선방했다. 첼시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벤피카 진영을 두드렸으나, 전반전은 0-0으로 마무리됐다.

후반 8분 첼시는 전반보다 더욱 강하게 압박을 시작했다. 카이세도의 절묘한 패스를 받은 델랍이 결정적인 기회를 맞이했으나, 오타멘디의 태클에 막혀 아쉽게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후반 19분 마침내 균형이 깨졌다.

첼시는 왼쪽 측면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제임스가 이를 직접 처리했다. 두 명의 수비벽을 앞에 둔 제임스는 골키퍼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 뒤, 왼쪽 하단 구석을 찌르는 환상적인 프리킥 골을 성공시켰다. 트루빈은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첼시가 1-0으로 앞서갔다.

이후 벤피카는 프레스티아니의 투입으로 반전을 노렸으나, 큰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후반 33분 아우르스네스의 크로스를 받은 프레스티아니가 박스 안에서 기회를 잡았으나, 왼발 슈팅이 골문을 벗어나며 동점 기회를 놓쳤다.

첼시의 한 골 차 승리로 끝날 것 같던 경기는 돌발 변수로 맞았다. 첼시가 앞서가던 후반 42분 갑작스럽게 하늘이 어두워지며 심판진은 경기를 중단시켰다. 선수들과 관중들은 모두 대피해야 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낙뢰 규정에 따라 8마일(약 13m) 반경 내 번개 발생 때를 대비한 대피 절차가 발동됐다. 이후 번개가 재차 감지될 경우 30분씩 대기 시간이 연장되는 상황이었다. 이날 번개는 수차례 감지됐다. 경기는 무려 2시간 후에 재개됐다.



재개 직후, 첼시는 라비아 대신 찰로바를 투입하며 안정감을 꾀했다.

그러나 후반 추가시간, 벤피카의 마지막 공격에서 VAR 판독 끝에 교체 투입된 첼시의 말로 구스토의 핸드볼이 선언됐다. 디 마리아가 침착하게 가운데로 차 넣으며 1-1 동점을 만들었다. 이 골은 결과적으로 올여름 벤피카를 떠나는 디 마리아가 현 소속팀에서 기록한 마지막 골이 됐다.

결국 경기는 연장전에 접어들었다. 2분 만에 상황은 첼시에게 유리하게 흘렀다. 벤피카의 프레스티아니가 콜윌에게 거친 태클을 가해 두 번째 경고를 받고 퇴장을 당한 것이다. 수적 우세를 점한 첼시는 이후 한층 더 공격적으로 전환했다.



연장 후반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고부터 수적 우위을 앞세운 첼시의 골 잔치가 시작됐다. 연장 후반 3분 카이세도의 슈팅을 트루빈이 막아냈으나, 공은 은쿤쿠에게 흘렀다. 은쿤쿠는 이를 침착하게 오른발로 골대 상단으로 차 넣으며 2-1 리드를 몰고왔다.

연장 후반 9분엔 중원에서 네투가 공을 탈취한 뒤 오른쪽 측면을 돌파해 들어갔다. 트루빈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네투는 왼발로 침착하게 감아차며 첼시의 세 번째 골을 만들었다.

기세가 오른 첼시는 연장 후반 12분 또 한 번 역습을 통해 득점을 추가했다. 산체스 골키퍼의 롱패스를 은쿤쿠가 받아낸 뒤 팔머를 거친 볼은 교체투입된 키어넌 듀스버리-홀에게 연결되었고, 듀스버리-홀은 골키퍼를 넘기는 침착한 슛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결국 연장전까지 포함한 총 4시간 39분의 경기 끝에 첼시는 4-1 승리를 거두며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경기 후 첼시의 엔소 마레스카 감독은 'DAZ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경기력은 85분까지 최고였고, 날씨 중단 후에는 완전히 다른 경기로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집중력을 되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끝까지 집중했고, 자랑스러운 승리를 얻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첼시는 오는 7월 5일 오전 10시 필라델피아에서 같은 브라질의 보타포구를 꺾고 올라온 팔메이라스를 상대로 8강전을 치른다.

반면 벤피카는 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와 7월 31일 열리는 포르투갈 슈퍼컵 '수페르타사'를 앞두고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한편, 아르헨티나의 레전드 윙어 디 마리아는 이날 경기를 끝으로 벤피카 유니폼을 벗게 됐다. 그는 다음 시즌부터 자신의 아르헨티나 고향 팀인 로사리오 센트럴로 돌아갈 예정으로, 이로써 그의 마지막 유럽 무대는 패배로 끝나게 됐다.



사진=한국경제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koreaec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