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기사 '포항맨' 기성용 "아직은 올해가 마지막…대표팀 은퇴 평생 후회했다, 멋진 모습으로 마무리 원해" [현장 일…
기사입력 2025-07-04
본문
그는 커리어의 마지막을 후회 없이 끝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기성용은 4일 포항 송라 클럽하우스에서 진행된 포항 입단 미디어데이에서 남은 시즌 동안 포항에서 후회 없이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밝혔다.
앞서 포항은 지난 3일 기성용 영입을 발표했다. 서울에서 전력외 통보를 받고 이적을 모색한 기성용을 포항 사령탑 박태하 감독이 품었다.
기성용은 어린 시절 활약했고 유럽 생활 이후 돌아온 서울을 10년 만에 떠나게 됐다. K리그에선 첫 이적이다.
포항 트레이닝복을 입고 등장한 기성용은 새 팀에서 "다른 무엇보다 후회 없이 남은 시즌을 잘 보내고 올해를 마무리하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기성용은 "서울에서는 내가 아니라 팬들에게 우승컵을 안겨 드리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그런 노력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물론 그렇다고 우승을 안하고 싶고 그런 게 아니라 그라운드에 설 수 있다는 것이 설렌다. 주어진 환경에 내가 최선을 다하고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하는게 많이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기성용의 일문일답.
-입단 소감은 어떤가.
▲포항에 온 지 이틀 됐는데 선수들하고 잘 적응하고 있고 구단 관계자, 포항 시민분들도 상당히 정겹게 맞아주셨다. 개인적으로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오래 있었던 느낌이다. 훈련장, 시설이 훈련하기에 숙소, 식당 등 상당히 만족할 수준인 것 같다. 아직 어색한 부분은 있지만, 이틀 동안 잘 적응하고 준비를 잘하고 있다.
-다른 팀 유니폼 처음으로 입는데 색은 비슷하지만, 첫 느낌 어땠나.
▲일단 당연히 어색했다. 어색하고 10년간 한 팀에 머물러 있다가 새로운 팀에 온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나도 그런 결정하기까지 여러 고민도 많았다. 막상 팀에 와서 구단 직원분들, 선수들, 코칭스태프, 감독님이 연이 있었던 분이 많이 있어서 친근감이 느껴졌다.
SNS에 올렸지만, 스완지시티(웨일스), 선덜랜드(잉글랜드) 분위기와 흡사해서 그때 생각이 많이 났다. 그때 어떤 마음으로 경기를 준비했고 생활 어떻게 했는지 교차하면서 바다가 보이니까 그런 부분들이 예전에 좋았던 기억들 많이 떠올리게 해서 어색함이 많이 줄었던 것 같다.
-밖에서 바라보던 포항의 이미지가 있었을 텐데 실제 들어와서 느껴보니 어떤 분위기인가.
▲선수들도 해왔던 이야기가 포항에 가면 훈련 시설이 좋고 집중도가 좋다. 포항 스틸러스라는 팀이 밖에서 봤을 때 전통 있고 훌륭한 선수들 배출되고 성적도 마찬가지다. 내가 여기 와서 바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선수, 감독, 코칭스태프, 직원 모든 분들이 끈끈하고 서로에 대해 하루이틀밖에 없었지만, 서로를 위해 일하는 것 같고 선수들도 훈련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그런 환경들이 내가 예전에 영국에 있었던 환경인 것 같다. 경기장에 가서 사진을 찍으면서 경기장에서 뛰었을 때 전용 구장이 주는 느낌이 있다. 포항에 오면 항상 잔디가 좋았고 전용 구장에서 뛸 때 팬들의 여러 가지 주는 기쁨이 바로바로 느껴진다. 밖에서 볼 때 봤던 게 다른 건 없었다. 그런 점들이 나를 더 편하게 해주지 않나 생각한다.
-어떤 선수들과 친분 있고 상견례 때 어떤 이야기 했나.
▲박태하 감독님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코치로 계셨고 선수로 원정 첫 16강을 이뤘다. 그때 2년 반이란 시간 동안 함께 했기 때문에 감독님과 친분이 있었다. 코칭스태프 중에서는 김치곤 코치님도 선수 생활을 같이했다. 서울에서 같이 생활했다. 선수로는 나와 둘도 없는 신광훈 선수가 맏형으로 있다. 김인성, 박승욱, 이런 선수들은 내가 경기를 하면서 친해졌던 친구들이다. 외국인 선수들도 경기하다 보면서 마주쳤던 친구들이 많다.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10년 만에 팀을 옮겨서 걱정을 했는데 막상 와보니 구단 직원분들도 오자마자 이것저것 많이 시키신다. 여러 가지 환경적인 부분은 내가 걱정할 게 없을 정도로 좋다. 선수들과 처음 인사하고 감독님도 나도 선수들과 빨리 친해지고 포항 문화에 빨리 적응하기를 바라신다. 나도 선수들에게 나도 다가가겠지만, 선수들도 다가와 줬으면 한다고 했다.
어린 선수들에게도 이야기했다. 그들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내 경험과 지식을 그들에게 최대한 줄 수 있을 만큼 주고 싶다. 어린 친구들이 다가오기 쉽지 않겠지만, 어쨌든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내가 먼저 다가가서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
-이번 이적을 통해 가장 얻고 싶은 것은 뭔가.
▲사실 올해 (FC사울)동계 훈련을 준비하면서 나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다. 올해 정말 멋지게 서울에서 팬들과 우승컵을 하나 들고 마지막을 장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가족들에게도 올해가 마지막이니까 경기장에 많이 찾아오라고 이야기했었다. 초반에 경기를 뛰면서 컨디션이 개인적으로 괜찮았던 것 같다.
부상 전까지 그래도 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있었고 경기를 치르다 보니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부상을 당하면서 힘든 시간이 있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이어서 부상 회복을 하기 위해 정말 노력을 열심히 했고 다시 팀에 들어가기 위해 누구보다 준비를 많이 했다. 어쨌든 그런 기회가 서울에서는 더 이상 주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고민을 많이 했다. 여기서 은퇴하는 게 맞는 건지 처음에 생각을 많이 했다. 다른 곳에 가는 그림을 그리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가지 이유였다. 첫 번째는 딸아이가 되게 힘들어했다. 경기를 못 나가니까 왜 경기를 안 뛰냐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 상황에서 내가 설득했고 아빠는 나이가 많아서 젊은 삼촌들이 경기를 뛰는 게 맞다고 설득을 했는데 그 과정이 되게 힘들었다. 처음에는 은퇴 생각을 했었는데 딸과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그걸 지켜보는 저도 힘들었다. 물론 언젠가 은퇴하는 시간이 당연히 오기 때문에 넘어야 하는 건데 갑작스럽게 아이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아빠가 더 뛰었으면 좋겠다. 그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
두 번째는 내가 예전에 대표팀에서 은퇴할 때 마지막 경기가 부상으로 경기가 끝났다. 사실 대표팀도 내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활약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고 추억이 있는 곳인데 마지막 경기가 부상으로 은퇴를 해버려서 거기에 대해 처음에 아쉬움이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대표팀 은퇴 자체는 아쉽지 않지만, 마지막이 부상으로 끝나서 많이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내가 만약 은퇴한다고 하면 내 마지막 경기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은퇴하는 거여서 평생 후회로 남겠다고 생각했다.
이 두 가지 이유가 가장 내 마음에 도전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큰 이유였던 것 같다. 지금은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했다. 열심히 훈련을 준비했고 몸 상태는 당연히 전보다 훨씬 낫다. 물론 경기를 마지막으로 뛴 게 4월 3일이어서 분명히 공백기가 있었던 것 같다. 새로 경기에 들어가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몸이 올라온다면 올해 초에 내가 보여줬던 능력들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 도전을 선택했다. 내가 얻고 싶은 것은 언제가 마지막일지 모르겠지만, 그라운드 안에서 나를 응원해 주시고 그동안 지지해 준 팬들에게 그래도 허무한 모습이 아닌 멋진 모습으로 마무리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걸 이번 이적을 통해 얻고 싶다.
-포항이 베테랑 선수들이 많이 뛰는 곳인데 이번 시즌 이후 선수 생활에 대한 생각은 있나.
▲지금 당장은 올해가 마지막이다. 이것을 말씀드리는 이유는 시즌 초 동계 훈련 때부터 생각했던 점이다. 거기에 대한 마음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만약 남은 후반기에 어떨지 모르지만 변화가 있다면 고민해 보겠지만 지금 당장 시즌 초에 정했던 목표가 변한 건 아니다. 지금은 당장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올해를 마지막으로 생각하는 게 목표다.
-이청용과 동해안 라이벌이 됐는데 어떨 것 같나.
▲상당히 기대가 된다. 청용이도 이적하는 것을 보면서 아쉬움, 격려도 해줬다. 이제는 라이벌전이 기대가 된다. 물론 서울에서도 울산전이 특별했지만, 포항에서 더더욱 특별하기 때문에 더 준비를 잘해야 한다. 청용이는 친구지만 선수로 존경한다. 정말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 라이벌전이지만 가까이 지내게 돼서 얼굴을 자주 볼 수 있어서 그것도 나에게 기쁨이지 않나 생각한다.
-선수로서 어떤 걸 이루는 한해가 되길 바라는가.
▲지금은 어떤 큰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에서는 내가 아니라 팬들에게 우승컵을 안겨 드리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그런 노력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물론 그렇다고 우승을 안하고 싶고 그런 게 아니라 그라운드에 설 수 있다는 것이 설렌다. 주어진 환경에 내가 최선을 다하고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하는게 많이 생각이 든다.
감독님께서 내게 기회를 주셨기 때문에 거기에 내가 보답해서 이 팀에 나를 믿어주고 신뢰해주는 구성원들, 스태프들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쏟아내고 싶은 게 목표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좋은 시너지가 나서 팀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일 이루고 싶은 것은 포항이 올 시즌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하는 게 내게 큰 목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진=한국경제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koreaec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