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대한 기성용의 애정은 '여전'…"정말 소중한 팀, 원정 가면 기분 이상할 것" [포항 현장] >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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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 2025-07-28 23:02

일반기사 서울에 대한 기성용의 애정은 '여전'…"정말 소중한 팀, 원정 가면 기분 이상할 것" [포항 현장]

기사입력 2025-07-05

작성자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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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뉴스 포항, 김정현 기자) 기성용은 여전히 FC서울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기성용은 지난 3일 FC서울을 떠나 포항스틸러스로 공식 입단했다.

기성용은 2006시즌 FC서울에 입단해 2009시즌까지 활약하며 K리그 최고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2010년 스코틀랜드 셀틱FC에 이적하며 유럽 무대에 진출했고 스완지시티, 선덜랜드, 뉴캐슬, 마요르카 등에서 활약하며 전성기를 이어갔다.

또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핵심 미드필더로 A매치 110경기에 출전했고,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3회 연속 출전(2010, 2014, 2018),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2015 아시안컵 준우승이라는 화려한 기록을 남겼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로 발돋움했던 기성용은 2020년 여름 서울로 다시 돌아와 서울에서 은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뜻대로 되지 않았고 결국 서울이 아닌 포항으로 이적해 커리어의 마지막을 앞두고 있다.



서울 팬들은 비단 기성용뿐만 아니라 구단의 여러 레전드를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은 구단에 분노했다.

지난달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포항의 K리그 경기 전 서울 팬들은 장례식 퍼포먼스, 트럭 시위를 진행했고 경기 중에는 기성용을 계획에서 제외했다는 이유로 김기동 서울 감독을 향해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경기 후 상황은 더 험악했다. 일부 서울 팬들이 퇴근하려는 선수단 버스를 막아 세우며 김기동 감독의 퇴진을 거듭 촉구했다. 김 감독이 한 시간 뒤 나와 사과하면서 일단 상황은 마무리됐지만, 기성용 이적은 변하지 않는 결과였다.

기성용은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그렇기에 그는 서울에서 어떻게든 우승컵을 들고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했다. 서울은 지난 2016시즌 리그 우승 이후 9년간 우승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4일 포항 송라에 있는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진행된 미디어데이를 통해 "사실 올해 동계 훈련을 준비하면서 나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다. 올해 정말 멋지게 서울에서 팬들과 우승컵을 하나 들고 마지막을 장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가족들에게도 올해가 마지막이니까 경기장에 많이 찾아오라고 이야기했었다. 초반에 경기를 뛰면서 컨디션이 개인적으로 괜찮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잘 준비했지만, 예기치 못한 햄스트링 부상이 결국 모든 것을 꼬이게 했다.

지난 4월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뒤, 회복과 재활에 매진해 다시 경기장에 돌아오려고 했지만, 이후 김 감독과의 미팅에서 계획에 더 이상 들기 어렵다는 소식을 접했다.

기성용은 "부상 전까지 그래도 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있었고 경기를 치르다 보니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라며 "부상을 당하면서 힘든 시간이 있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이어서 부상 회복을 하기 위해 정말 노력을 열심히 했고 다시 팀에 들어가기 위해 누구보다 준비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쨌든 그런 기회가 서울에서는 더 이상 주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고민을 많이 했다. 여기서 은퇴하는 게 맞는 건지 처음에 생각을 많이 했다. 다른 곳에 가는 그림을 그리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고민했던 흔적을 털어놨다.



당장 은퇴를 결정하지 않은 두 가지 이유로 '가족', 그리고 '대표팀 은퇴'를 언급한 기성용은 이것이 결국 늦은 나이에도 도전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딸이 은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 그리고 부상을 당한 채, 대표팀 마지막 경기를 치른 것이 평생 후회에 남는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기성용은 "이 두 가지 이유가 가장 내 마음에 도전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큰 이유였던 것 같다. 지금은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했다. 열심히 훈련을 준비했고 몸 상태는 당연히 전보다 훨씬 낫다"면서도 "물론 경기를 마지막으로 뛴 게 4월 3일이어서 분명히 공백기가 있었던 것 같다. 새로 경기에 들어가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몸이 올라온다면 올해 초에 내가 보여줬던 능력들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 도전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1989년생으로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된 기성용은 도전을 한 이상 그 누구보다 출전 기회가 소중했다.

기성용은 "항상 은퇴를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 기량이 하락하는 것은 누구라도 그 과정을 겪는다. 그 과정을 겪으면서 정말 어느 시점에 내가 비켜주는 게 맞는지, 그 선택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되게 많이 했다. 지난 5년 동안 서울에서 항상 그 고민을 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번에 사실 은퇴를 많이 고민했지만, 축구선수의 시기가 되게 짧다. 나이가 먹다보니 1분 1초 훈련하는 시간, 경기장 들어가서 시합에 나갈 기회가 작아진다는 마음이 쉽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도전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에서는 내가 몇분이라도 뛸 수 있는 자리가 없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아쉬움이 상당히 컸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기성용은 "나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 나이에) 90분, 선발을 무조건 한다는 것은 없었다. 서울에서 단 몇 분이라도 뛸 수 있었다면 그곳에 남았을 텐데 그럴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라면서 "박태하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내가 물론 광훈이 형이 있지만, 나도 축구선수로 황혼기다. 언제 그만둬도 이상하지 않겠지만, 감독님께서 나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셨고 거기에 대한 보답을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제 포항 유니폼을 입고 뛰는 기성용은 공교롭게 파이널라운드 직전인 33라운드에 서울 원정길을 앞두고 있다.

기성용은 해당 경기까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면서도 "솔직히 말씀드리면 FC서울은 내게 소중한 팀이고 많은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참 서울에 다시 돌아갔을 때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팬들에게 부족함을 안겨드려서 어려운 마음이 많이 있었다"고 서울에 대한 애정을 여전히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이번 이적으로 팬들이 힘들어하셔서 개인적으로 힘들었다. 다른 것을 다 떠나서 팬들에게 힘든 시간이었고 나도 마찬가지였다"라며 "상암으로 다시 가서 경기하게 된다면 나에게는 정말 이상한 기분이 들 것 같다. 한 번도 원정 라커 룸이나 원정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 많이 기분이 이상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기성용은 "제일 좋은 것은 내가 새 팀에 와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서울 팬들에게 보답하는 길인 것 같다. 서울이라는 팀도 좋은 성적으로 기쁨을 주는 게 위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서울의 선전도 기원했다.



사진=한국경제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김정현 기자 sbjhk8031@koreaec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