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기아 발생' 가자지구에 구호품 투하…하루 간 전투 중단 >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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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 2025-07-28 01:43

일반기사 이스라엘, '기아 발생' 가자지구에 구호품 투하…하루 간 전투 중단

기사입력 2025-07-27

작성자 이기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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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주의 통로도 일시 개방
UAE·영국도 구호품 투하 동참
팔레스타인 자치구인 가자지구에 대한 의료, 식량 등 인도주의 봉쇄에 나섰던 이스라엘이 26일(현지시간) 구호품 공중 투하를 개시하며 한발 물러섰다. 가자지구 내 기아 및 질병 창궐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자 마지못해 행동에 나섰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큰 상태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2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를 시작으로 식량 등 인도주의적 구호품의 공중 투하에 나섰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에서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고, '고의적인 기아 사태'라는 허위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일련의 작전에 착수한다"며 "구호품 반입을 허용하고 원활하게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오늘 밤 공수를 재개한다"고 전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업무조직 민간협조관(COGAT), 국제기구 등과 협력해 밀가루, 설탕, 통조림 등 식품을 화물 운반대(팔레트) 7개 분량을 투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이스라엘군은 주민들에게 식량과 의약품을 전달하는 유엔 호송대의 안전한 이동을 위해 지정된 경로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주에만 트럭 250대 이상 분량의 구호품이 국경 검문소에 하역됐다"며 아직 쌓여있는 구호품을 이송하기 위해 국제기구와 협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스라엘전력공사와 협력해 가자지구에 있는 해수 담수화 시설에 전력선을 연결했으며, 이에 따라 이 시설의 식수 공급량이 하루 2000㎥에서 2만㎥로 10배가량 늘어나 주민 약 90만명에게 공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 카츠 국방부 장관, 기드온 사르 외무장관과 회의 뒤 가자지구 내 전투를 27일 하루 동안 중단하기로 했다고 이스라엘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민간인들의 생존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국제사회의 지적에 따라 구호품을 보급하는 동안 전투를 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2023년 10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전쟁이 시작되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봉쇄에 나섰고, 최근 그 강도를 높였다. 최근 식수, 식량, 전력까지 차단해 가자지구 내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고, 의료체계도 사실상 붕괴된 상태다. 이스라엘은 이같은 사태에 대해 하마스가 유도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지자 위기 완화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는 기아가 존재하지 않으며, 이는 하마스가 조장하는 허위 선전일 뿐"이라며 "유엔과 국제단체들은 구호품 배급의 효율을 높이고 구호품이 하마스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자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시작된 이후 영양실조로 인한 사망자 수는 127명이며 이 중 85명이 어린이다. 유엔 산하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은 가자지구에서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는 인구가 며칠째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으며 가자지구 인구 중 47만명이 통합식량안보단계 분류(IPC) 5단계 중 최상위인 5단계 '기근'에 준하는 굶주림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봉쇄 완화와 교전 중단과 함께 다른 국가들도 구호품 공중 투하에 동참하기로 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구호품 공중 투하를 밝히기 전 아랍에미리트(UAE)는 "즉시" 공중 투하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압둘라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외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은 심각하고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라며 "공중 투하가 다시 한번 즉시 재개된다"라고 말했다.

영국은 요르단 등과 함께 구호품 공중 투하에 나설 방침이다. 영국 총리실은 키어 스타머 총리가 프랑스·독일 정상과의 통화에서 "요르단 등 파트너들과 협력해 구호품을 공중 투하하고 의료 지원이 필요한 어린이들을 대피시킬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다만 보급품 공중 투하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충분한 구호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상태다. 지난해 서방국과 일부 중동국가들이 가자지구에 구호품 공중 투하를 실시했지만, 수량 자체가 제한적이었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구호품에 맞아 민간인이 사망하기도 했다. 필립 라자리니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사무총장은 엑스를 통해 "공중 투하는 심화하는 기아를 되돌리지 못할 것"이라면서 "이는 비용이 많이 들고, 비효율적이며 굶주린 민간인을 죽일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인도주의 단체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인도주의재단(GHF)으로 가자지구 내 구호품 배급 통로를 일원화하고 유엔 및 국제기구의 가자지구 내 활동을 통제하면서 가자지구의 기아 위기가 심화했다고 지적해왔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구호품 트럭의 가자지구 반입을 막지 않으며 유엔과 국제기구가 GHF 배급소로 구호품을 옮기는 일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koreaeco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