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기사 1주일 남았는데 시계 '제로'…코너 몰린 한국 '초비상'
기사입력 2025-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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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미국을 찾은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협상 카운터파트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지 못하고 이날 귀국했다. 일본이 지난 22일 자동차 관세와 상호관세를 15%로 줄이는 내용으로 협상을 마무리한 가운데 한국의 관세 협상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한·미 2+2 통상 협의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으로 열리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미국은 구 부총리가 출국장에 있던 오전 9시께 연기 사실을 이메일로 통보했다. 재무부 대변인은 “베선트 장관과 한국의 양자회담은 일정 충돌 때문에 재조정되고 있다”며 “장관은 한국의 대화 상대방을 곧 만나길 고대한다”고 밝혔지만 미국이 우리 측 협상안에 만족하지 못해 급작스럽게 협상을 연기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베선트 장관은 오는 28~29일 중국과의 관세 협상을 위해 스웨덴 스톡홀름을 방문한다. 이동 거리 등을 고려하면 관세 협상 시한(8월 1일) 이전에 2+2 통상 협의가 열릴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방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만나 무역 협상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전 세계 교역국들을 상대로 벌이는 관세전쟁에서 한국의 입지가 급격히 불리해지고 있다. 일본에 이어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국의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속속 나오는 가운데 한국은 미국에 최종 협상안을 내밀 판조차 깔지 못하고 있다. 자칫 한국만 다음달부터 25~50%에 달하는 상호관세와 품목 관세를 한꺼번에 얻어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이 순식간에 코너에 몰린 건 지난 22일 미·일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각각 “지금까지 이뤄낸 합의 중 가장 큰 성과”, “대미무역 흑자국 가운데 가장 낮은 관세(15%)”라는 평가를 내놓으면서 우리 협상단의 부담이 커졌다.
중국과의 협상 타결도 임박했다는 관측이다. 오는 28~29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허리펑 중국 부총리 등과 3차 고위급 무역 협상을 개최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EU와의 무역 협상이 진지하게 진행 중이며 중국과의 협상은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모습이다. 미국이 ‘한·미 2+2 통상 협의’를 불과 하루 앞두고 연기를 통보하고, 미국에 급파된 위성락 대통령실 외교안보실장이 협상 카운터파트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지 못하고 귀국하면서 이 같은 우려가 더욱 커졌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국가 간 협상을 하루 앞두고 경제부총리의 출국 한 시간 전에 연기를 통보했다는 건 한국의 기를 잡으려는 압박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일본의 협상 타결 소식을 듣고 한국에서 나온 욕설들을 들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이 서로를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유럽과 마찬가지로 매우 매우 협상을 타결하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베선트 장관의 스톡홀름 방문 일정을 감안할 때 8월 1일인 협상 시한 이전에 한·미 2+2 통상 협의가 성사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베선트 장관의 개인 사정 때문”이라는 기획재정부의 설명과 달리 통상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협상안이 미국 측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농산물 추가 개방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쌀과 소고기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는 식의 방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25%로 예고된 한국의 관세율을 일본과 같은 수준(15%)으로 낮추기는커녕 20%까지 끌어내리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업계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이에 지금부터라도 핵심 인사 한 명에게 집중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일본 협상단은 베선트 장관, 러트닉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협상 공로를 다투는 역학 구도를 간파하고 러트닉 장관과의 협의에 집중했다.
현 상황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러트닉 장관과 그리어 대표 등 미국 통상당국 관계자와 면담이 예정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다음달 1일까지 한·미 관세 협상을 타결 짓는 것이다. 두 나라 통상당국 간의 협상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2+2 협의 연기가 미국 측 책임이라는 점을 들어 관세 부과 시점만이라도 늦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베선트 장관은 “협상 상황에 따라 몇몇 국가에는 관세 부과 시기를 9월 1일로 유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영효기자 hugh@koreaeconews.com
한때 보복관세를 주고받는 등 최악으로 치닫던 중국, EU와 미국 간 협상도 급진전을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와 미국이 EU에 적용하는 상호관세를 30%에서 15%로 낮추는 무역 합의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올로프 길 EU 집행위원회 무역 담당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대미 관세) 협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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