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위 조사방식 논란인데…국토부 외청 분리 하세월 >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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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 2025-07-28 08:45

일반기사 사조위 조사방식 논란인데…국토부 외청 분리 하세월

기사입력 2025-07-24

작성자 CBS노컷뉴스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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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원인을 조사 중인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조종사 과실 가능성을 부각한 엔진 정밀조사 결과부터 공개하려다 유족과 조종사들의 반발을 사면서 독립성과 신뢰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참사 발생 직후 무안공항 로컬라이저를 지지한 콘크리트 둔덕 관련 '셀프조사' 지적에 사조위를 국토부와 분리하자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이후 국토부의 항공안전혁신대책에서도 제외된 뒤, 국회 법안 논의는 멈춰선 상황이다.

국토부 위촉 '민간 자문단'이 유가족에 조종사 실수 부각 유도했나

2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부에서는 현재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가 사고 원인 조사를, '12·29 여객기 사고 피해자 지원단(이하 지원단)'이 유가족협의회와 정기적인 소통 및 지원 업무를 각각 담당하고 있다.
지난달 말 국회를 통과한 12·29여객기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은 '피해자 지원 및 희생자 추모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치하고, 국토부 지원단은 추모위원회의 심의·의결에 필요한 자료 수집과 검토 및 사무·운영을 지원할 것을 규정했다.

추모위원회는 국무총리 1인과 민간위원 1인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데, 민간위원은 현재 공석인 데다, 국무총리도 내란 사태→대선→새 정부 출범으로 이어지는 혼란을 겪으면서 정상 작동하지 못했다. 이에 피해자 지원을 위해 출범한 국토부 지원단이 사실상 추모위원회 업무를 대리해온 상황이다.

문제는 특별법상 국무총리 소속 추모위원회가 운영해야 할 '민간 전문가 자문단'마저 국토부 지원단이 사실상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별법에 따르면 자문위원은 추모위원장이 유가족단체 의견을 들어 위촉하는데, 추모위원장이 공석이다 보니 국토부 항공정책실에서 갖고 있는 전문가 풀을 기반으로 지원단과 유가족협의회가 상의해 자문단을 위촉했다고 한다.

이 자문단은 지난 7월 19일 사조위의 엔진정밀조사 결과 브리핑을 이틀 앞두고, 국토부 지원단을 통해 유가족 측에 '사조위에 물어보면 좋을 만한 질문들'을 정리해 제공했는데, 일부 질문에 조종사의 대처 과정을 문제 삼는 주관적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유가족협의회 대표 김유진씨는 "사조위 브리핑 때 이런 걸 질문하라고 예상질문을 준 건데 전문가들이니까 도와주려고 했을 수 있겠지만, 우리가 보기엔 질문과 답이 정해지고 연출한 시나리오를 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김씨는 "중요한 건 저희가 이런 자문은(사조위에 해야 할 질문까지) 요구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면서 "우리는 사조위에서 설명할 때 기술적인 내용은 잘 못 알아들으니까 우리가 물어보는 걸 자문단이 대답해 주면 좋겠다고 요구했을 뿐 자문단의 의견을 요구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제의 질문지는 국토부 지원단이 자문단으로부터 7월 15일 제공받아 7월 17일 유족에게 제공한 것이다. 다만 지원단 관계자는 "지원단에서는 질문지를 전달하는 행정절차만 했을 뿐 내용에는 개입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질문지 작성을 앞두고 6월 28일 유가족협의회와 총회를 열고 질문을 논의했기 때문에 내용에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번 브리핑 일정도 국토부 지원단이 사조위와 유가족 사이에서 소통하며 일정을 조율했다. 지원단 관계자는 "사조위가 5월 프랑스로 가서 엔진 조사를 했고, 6월 6일 귀국한 사실을 파악해 유가족에게 전달했다"며 "원래 6월 중 엔진 조사 결과를 브리핑하려 했지만 사조위에서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해 7월로 미루게 된 것"이라고 경과를 설명했다.

이렇게 진행된 브리핑에서 사조위는 '양쪽 엔진에서 조류에 의한 손상이 발견됐으며, 좌측 엔진보다 우측 엔진이 내부 손상이 더 심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우측 엔진은 작동상태로 활주로 접근 및 방위각 시설물과 충돌'했고, '좌측 엔진은 조종사가 비상절차를 수행 중 정지시켰다'는 조사 결과를 유족 측에 발표했다. 조종사가 조류충돌로 손상된 엔진 대신 손상이 덜한 엔진을 껐다는 취지다.

이에 질문지를 받고 어리둥절해했던 유족들이 브리핑 직후 '조종사 과실 지적을 염두에 둔 질문'이었음을 의심하며 사조위 조사 과정의 공정성과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조종사노조도 반발하고 있다. 대한민국조종사노동조합연맹은 지난 22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민간 전문가 자문단에 사조위의 엔진 점검 브리핑 내용이 사전에 제공됐고, 그 누군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조종사의 비상 대처가 문제가 있었음을 확정한 것"이라며 "이번 브리핑 시도는 사고 조사 결과에서 국토부의 책임을 경감시키고 '조종사 과실'의 프레임을 씌우려 한 악의적 행태"라고 주장했다.

연맹은 "항공 사고는 단순한 요인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최종 보고서를 채택하기 전까지 단순 요인들을 사고원인으로 단정 짓지 않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사조위는 이러한 기본 원칙을 위반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무안공항은 타지방 공항과 달리 Airside(공항시설보호구역), Landside(공항보안검색전구역)를 포함해 공항 전체가 국토부가 직접 관리하는 공항이다. 말하자면 A부터 Z까지 모두 국토부가 책임지는 공항"이라면서 "이런 공항에서 조류 충돌이 있었고, 로컬라이저 둔덕에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다. 사고 책임에서 국토부가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사조위는 인적 쇄신을 단행해 국토부의 카르텔을 끊어내고 유가족 협의회가 지정한 민간 전문가를 조사에 참여시켜, 국토부의 관리부실 책임을 명확히 밝힐 수 있도록 철저하고 공정한 사고 조사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사조위 브리핑 내용에 따라 자문단 질문지가 '짜여졌다'는 취지의 김유진씨 및 조종사노조 주장과 관련해 국토부 지원단 관계자는 "자문단이 질문지 작성 전 사조위의 조사 결과를 일체 전달받은 바 없다"고 일축했다.

사조위 분리, 국토부 혁신대책에도 빠지고 국회 논의도 중단

이처럼 사조위의 조사 과정을 두고 공정성과 신뢰성 논란이 제기되지만, 참사 직후 들끓었던 사조위 분리독립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 참사 발생 이후 사조위 외청 분리를 골자로 한 '항공철도 사고조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여야 막론하고 8건 발의됐지만 진지한 논의는 진행된 바 없다.

더불어민주당에선 1월 한 달 동안만 김원이, 박상혁, 박용갑, 복기왕, 이연희 의원이 각각의 법안을 발의했고, 이후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 상정됐지만 법안심사소위까지는 오르지 못했다.

지난 2월 18일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김원이 의원은 제안설명을 통해 "제주항공 참사 관련 책임 의혹이 있는 국토교통부와 부산지방항공청, 한국공항공사 등이 조사대상이 돼 이해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고,유가족 의견을 사조위에 반영하는 실질적인 제도가 부재하다"며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법안인 만큼 조속한 통과가 절실하다"고 호소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사조위를 현행 국토교통부에서 국무총리 소속으로 변경하고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공무원이 아닌 사람으로 대통령이 임명해 위원회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은 바 있다. 또 조사위 비상임위원 1명을 유가족 및 피해자 가족대표회의가 뽑아 국무총리가 위촉하도록 했다.

박용갑 의원의 경우 사조위를 대통령 소속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는 등 법안마다 각론은 다르지만 사조위를 국토부로부터 분리하는 취지는 모두 동일하다.

국회 국토교통위 임종수 전문위원이 2월 작성한 해당 5건의 개정안 검토보고를 보면, 당시 국토부는 "국제 기준과 국내 법령을 준수하면서 독립성과 객관성 강화를 위해 위원장 및 상임위원 임명 기준을 변경하는 것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현재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됨에 따라 세부사항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심도 있게 결정되어야 할 사안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냈다.

국토부는 또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지침에 따라 피해자 유가족 등 이해관계자가 조사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므로 유가족 및 피해자 가족대표 회의 또는 피해자대표 회의가 선출한 사람을 비상임위원으로 위촉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후 국민의힘 이상휘 의원이 2월, 조국혁신당 백선희 의원이 4월,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4월 또 다시 법안을 발의했다. 백선희 의원은 사조위를 국무총리 소속기구로 격상하고 국토부의 개입을 차단해 독립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수진 의원과 이상휘 의원은 사조위를 대통령 소속으로 격상하는 큰 틀은 같되 이수진 의원은 위원 12명 중 6인을 국회 추천으로 해 입법부의 견제를 강화하는 방향을 강조했다.

법안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사조위를 국토부에서 분리하는 것 자체는 여야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당시 논의된 법안이 많아 순서가 뒤로 밀리면서 논의가 제대로 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내란사태 수습과 대선 등 국회 시계가 바쁘게 돌아가면서 입법이 지연됐다는 취지다.

국토부 역시 2월부터 석 달간 각 분야 전문가 중심 항공안전혁신대책위원회를 운영해 4월 말 혁신 대책을 발표했지만, 여기서도 사조위 분리는 빠졌다.

채연석 당시 항공안전혁신대책위원장은 "위원회 논의 당시 다수의 위원들이 혁신 대책으로 사조위 분리 의견을 냈지만 당시(2~4월)만 해도 혁신대책과 별개로 국회에서 입법이 추진되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대책위에서 논의하기보단 항공안전청 설립에 집중했던 측면이 있었다"고 대책위 결론에 사조위 외청 분리가 제외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국토위가 채택한 최종 혁신대책엔 사조위 외청 분리뿐만 아니라, 항공안전청 설립도 반영되지 않았다.

채 전 위원장은 "사조위가 국토부에서 분리돼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여전하다"며 "우리보다 먼저 (항공안전 제도가) 생긴 나라에서도 다 사조위를 (항공교통 주무부처와) 분리하는 건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현재 우리는 사조위원장을 비상임위원으로 임명해 위원장은 사실상 결재만 하는 데 그치며 제대로 운영이 어렵다"면서 사조위를 실질적 기구로 재편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채 위원장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출신으로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만 6년을 지낸 전문가다.

실제 ICAO는 항공기 사고 및 준사고의 조사에 관한 국제 기준과 권고사항을 규정한 부속서 13에서 "국가 항공 당국이나 그 외 조사에 개입하거나 객관성을 저해할 수 있는 어떤 기관으로부터도 독립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NTSB(국가교통안전위원회)는 1974년 교통부로부터 분리돼 독립된 연방기관으로 전환했으며, 위원 5인은 대통령 지명과 연방의회 상원의 인사청문회를 거친 후 동의를 받아 임명된다. JTSB(일본 운수안전위원회)도 국토교통성 외청으로 설치돼 독립적인 법적 지위를 갖고, 예산과 인사 등 행정운영 전반을 독립적으로 수행한다.

국회입법조사처 구세주 입법조사관은 "국내 사조위 구조는 국토부가 항공·철도 관련 정책의 수립, 안전기준의 설정, 제도 집행 및 감독을 총괄하는 동시에, 정부가 수립한 정책이나 제도가 사고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안까지 직접 조사하는 형태"라면서 "이는 정책 책임자와 조사 주체가 동일하다는 점에서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고, 자칫 책임 회피나 자기 합리화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 조사관은 "사조위를 국토부 외부로 이관하고, 인사·예산 등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조직·기능적 독립성을 갖춘 사고조사기관으로의 개편이 필요하다"며 "사고조사의 연속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사조위 조직 전반에 학계, 연구기관, 민간 기술전문가 등 다양한 외부 인재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국토부 실·국장 참여는 배제하되 조사관의 장기근속이 가능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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