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기사 성장단계 맞춰 사료 배합… ‘건강한 돼지’로 양돈산업 경쟁력 향상[FTA 파고 넘어 비상하는 K-농업]
기사입력 2025-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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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캠프넘버원(CAMP No.1) 대표는 지난 16일 자신의 목장 내 스마트축사의 장점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2013년부터 충남 서산에서 양돈 목장을 경영하고 있는 이 대표는 지난해 새롭게 꾸려진 ICT 기반 스마트축산 시설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양돈을 실현하고 있다. 축사 1층에선 생후 21일이 지난 육성돈(젖을 뗀 후부터 살찌우기 전까지 돼지)과 비육돈(육성돈 단계를 지난 후 출하 전까지 체중을 늘리고 근육·지방을 붙이는 단계의 돼지)이 자란다. 2층에는 사료 배합기, 악취 저감장치, 에어컨 실외기 등의 온도 조절 장치가 구비돼 있다.
이 대표가 내세운 스마트축산 시설의 핵심은 사료배합기다. 돼지는 성장 단계(일령)에 따라 6가지 사료를 달리 먹는다. 적당한 지방층을 지닌 품질의 돼지를 기르기 위해선 20∼40일마다 새로운 영양소의 사료를 먹이로 공급해야 한다. 이 자체만으로도 사람의 세심한 관심과 손길이 필요한 데다 더 큰 문제는 사료를 바꿀 때마다 돼지가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점이다.
스마트축사에 설치된 ICT 기반 사료배합기는 이를 간단히 해결한다. 이 대표가 미리 설정해놓은 사료 배합 명령에 따라 각 시기에 맞는 사료를 적절히 배합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1단계 사료를 먹던 돼지는 일자에 따라 기존 사료 90%에 2단계 사료 10%를 섞어 먹으며 차기 공급될 사료에 적응한다. 또 양돈장에 설치된 스마트피더는 실시간으로 잔여 사료량을 확인해 자동으로 추가 사료 필요 여부를 결정한다. 이 대표는 “ICT 기반 스마트축사로 돼지들이 빠르게 적절한 조치를 받으며 사육되고 있다”며 “덕분에 모돈(어미 돼지) 출산과 관리, 예방접종 등 다른 업무에도 속도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축산업계는 녹록지 않은 시장 상황에 맞서 생존전략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한우농가는 미국과의 관세협상으로 30개월령 이상 미국 소고기 추가 시장 개방 압력을 거세게 받고 있고 2026년 미국산, 2028년 호주산 소고기 ‘관세철폐(수입전면 개방)’도 앞두고 있다. 이미 무관세에 가까운 돼지고기나 유제품 분야도 외국산이 시시각각 국내시장 잠식을 노리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외부 변수 외에도 사료·인건비 등 생산비 증가, 배양육 등 대체식품 수요 급증, 이산화탄소 감축 등 환경·사회 규제 강화, 농가 고령화, 전염병 등으로 축산 농가들은 이중·삼중고의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바탕으로 하는 ‘FTA 국내보완대책’은 농업인 피해지원, 농업 경쟁력 제고로 축산 농가를 떠받치는 큰 힘이 되고 있다.
28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FTA 보완대책 중 축산업 경쟁력 제고 분야는 축사 시설 현대화와 농가사료 직거래 활성화 지원 등 축산업 경쟁력 강화 사업에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됐다. 이를 통해 농가의 규모화가 빠르게 진행됐고 판매 체중 증가 및 품질 향상에 기여했다. 실제로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돼지 사육 마릿수는 FTA 국내보완대책 수립 전 2003∼2007년 5년 평균 922만 마리에서 2018∼2023년 6년평균 1118만 마리로 21.3% 증가했다. 한우 사육 마릿수도 같은 기간 184만 마리에서 329만 마리로 79.0%나 늘었다.
특히 캠프넘버원 사례처럼 스마트축산은 지속가능한 축산업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스마트축산이란 축사 내 설치된 사물인터넷(IoT) 등 ICT 장비를 활용해 사육·환경·질병 등의 주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유전·농장·개체·품질정보와 융합·분석해 현장을 진단·제어·개선하는 축산업을 뜻한다. 자동 급이·급수기를 통한 사양관리, 온·습도 화재 센서와 암모니아·환기팬 등 악취센서를 통한 환경관리, 인공지능(AI) 진단키트와 방제드론을 통한 질병관리가 이뤄진다. 이를 통해 사료나 음수량 조절과 적시적기 인공수정이 가능해졌고 악취저감과 무인 방역으로 가축질병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2014년부터 이 같은 스마트축사를 늘리기 위해 ‘축산분야 ICT 확산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당시만 해도 23호에 그쳤던 스마트축산 농가는 2024년 8674호로 급격히 불어났다. 스마트축산 확산으로 가장 눈에 띄는 효과는 생산성 향상과 생산비 절감이다. 가축질병 예방과 방역관리 효율화, 가축분뇨 관리와 악취 최소화, 탄소배출 저감과 동물복지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도 스마트축산 보급을 늘리기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우선, 2019년부터 시작된 ‘스마트축산단지 조성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노후·난립축사를 ICT 인프라를 구비한 단지로 집적화하고 스마트화해 생산성 향상 및 농촌 생활환경 개선을 꾀하는 사업이다. 청년 축산농을 ‘스마트축산 청년 서포터즈’로 위촉해 ICT 축산장비 활용 노하우 현장 멘토링을 지원하고 있다. 축산작업을 원격·정밀 제어하는 ICT 세트와 운영 솔루션을 함께 보급하는 ‘스마트축산 패키지’ 보급을 확산하는 한편 ‘스마트축산 수출지원단’을 꾸려 ‘K-스마트축산’의 해외판로 개척에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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