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SK온 2조 PRS 투자 제안에 '큰손'들 난색 표하는 이유[SK 5兆 빅딜 전쟁③] >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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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 2025-08-14 08:03

일반기사 메리츠 SK온 2조 PRS 투자 제안에 '큰손'들 난색 표하는 이유[SK 5兆 빅딜 전쟁③]

기사입력 2025-07-28

작성자 차준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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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증권이 SK이노베이션의 LNG 자산을 기반으로 한 총 5조원 규모의 대출 거래에서 승기를 잡았지만 정작 자금 모집에선 한 발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KKR과 브룩필드자산운용 등 글로벌 사모펀드(PEF)와의 경합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따냈지만 '디테일' 측면에선 아쉬움이 보인다는 게 출자자(LP)들의 불만이다.

메리츠 측은 총 2조원의 주가수익스와프(PRS)를 나눠 선순위 1조4000억원은 외부에, 후순위 6000억원은 자기자본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리스크 차이'를 명목으로 외부에 파는 선순위 금리는 4.5%로, 자신들이 얻을 후순위 금리는 7.8%로 차등을 뒀다. 하지만 보증을 설 SK이노베이션이 최우선 변재를 보장하지도 않은 PRS를 선순위와 후순위로 또 한번 나눠 금리에 차등을 두는 건 큰 의미가 없다는 게 LP들의 지적이다. SK이노베이션이 또 다른 자회사인 SK IET를 기초로 금리조건이 더 좋은 4% 후반대의 PRS를 병행하고 있는 점도 메리츠에겐 악재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총 5조원 규모의 LNG 담보대출에서 우선 SK온에 직접 제공하기로 한 2조원 규모의 자금 모집에 나서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2조원 PRS 물량 중 1조4000억원을 선순위로 공제회 연기금, 은행, 증권사 등 기관들에게 선순위로 셀다운 하고, 나머지 6000억원은 후순위로 메리츠금융그룹이 직접 인수하는 구조를 짰다.

메리츠증권이 SK온에 제시한 2조원 PRS의 전체 금리는 연 5.5%(부대비용 포함) 수준이다. 메리츠증권은 선순위 1조4000억원을 4.3~4.5% 금리로, 나머지 후순위 금리를 7.8%로 구조화했다. 선순위 금리는 민평금리 2.9% 대비 140bp 높은 수준이어서 기관에 따라 매력을 느낄 수 있고, 메리츠증권 입장에선 그룹내 투자심의위원회 승인을 위한 내부수익률 조건인 7%를 충족할 수 있어 이같은 구조를 고안했다는 후문이다.

메리츠증권은 선순위 셀다운을 위해 수요조사에 나섰지만 LP사이에선 PRS 특성상 리스크 측면에서 선순위와 후순위 구분이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PRS는 계약 만기 시 주가가 기준가보다 낮거나 높으면 서로 차익을 물어주는 파생상품이다. 기준가보다 주가가 오르면 매수자(금융사)가 매도자(기업)에게 상승분을 준다. 반대로 기준가 대비 주가가 내려가면 매도자가 매수자에게 손실 금액을 보전해야 한다. 

이번 PRS의 기초자산은 SK온이지만 본질은 SK온의 가치변동과 무관하게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신용도(크레딧)를 기반으로 한 대출 거래다. 이 PRS를 선순위와 후순위로 위험에 따라 나누려면 SK이노베이션이 그동안 발행한 수조원대의 채권 및 파생상품과 SK온 등 자회사에 제공한 보증 등 크레딧 대출 전체를 대상으로 유사시 상환 순위를 나눌 수 있어야 이로 인한 금리 차이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게 LP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번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위기에 빠졌을 때 지금까지 발행해놓은 수조원에 달하는 크레딧 대출들의 상환 요구가 몰리면 PRS 자체의 상환가능성이 위험해지는 데 PRS의 최우선 변재를 보장받지 않은 이상 그 안에서 선순위 후순위를 나누는 건 경제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다"며 "결국은 같은 위험의 자산을 두고 메리츠가 7% 후반을 가져가고 LP들엔 4.5%를 준다는 것이어서 실무진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리츠 측은 "금리 조건은 전혀 확정되지 않았다"며 "PRS가 셀다운되지 않더라도 전체 2조원을 총액인수로 제안해 거래를 성사시켰기 때문에 거래 종결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인 SK아이이티(SK IET) 주식을 기반으로 5000억원 규모의 PRS 조달을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은 가속화되고 있다. SK 측이 SKIET PRS에서 제시한 금리 수준은 4.8~4.9% 수준으로 SK온 대비 오히려 약 0.5%포인트가량 좋은 조건이다. SK IET의 PRS도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한 사실상 동일한 위험의 자산인만큼 굳이 불리한 조건인 이번 거래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시각이다.

다만 메리츠 측은 "수수료 등 제반 조건을 고려하면 SK IET의 PRS와 SK온 PRS간 차이가 사실상 없다"며 "같은 금리 조건에서 SK온을 기초 자산으로 둔데다 유사시 선순위 보장을 선호하는 LP들이 있어 투자자들의 선호가 있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은 내달 말까지를 메리츠 측에 배타적 협상기간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은 2조원 규모 PRS 외에도 SK이노베이션의 발전 자회사를 기반으로 6.8%대 금리의 총 3조 규모 CPS 발행도 준비하고 있다. PRS 거래와 마찬가지 구조로 선순위 2조원은 기관들에 5.8% 금리로 셀다운하고 나머지 1조원은 메리츠그룹이 직접 8%대 중반 금리로 구조화해 금리 차익을 거두겠다는 취지다. 다만 전체 대출의 선결 조건인 PRS 자금조달에 실패할 경우 CPS 거래도 무산돼 이번 거래가 원점으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메리츠 입장에선 어떻게든 돈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숨겨놓은 무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koreaec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