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기사 "'케데헌' 작업, 즐거워 어렵지 않았다"…리정의 '춤생춤사'
기사입력 2025-07-25
본문
'춤'을 이야기하는 내내 리정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처럼, 말에서 애정과 열정이 묻어나는 '설레서 대답하는 사람'이 됐다.
지난 22일 막을 내린 Mnet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3')에서 한국 팀 범접 일원으로 활약한 리정은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 속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가 선보인 'How It's Done', 'Soda Pop' 등의 안무 제작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2018 휘인의 'EASY'를 시작으로 트와이스, 있지, 블랙핑크, 태용, 미야오 등 다양한 아티스트의 안무를 창작해 온 리정은 팀의 정체성과 개개인 특성을 파악하는 등 아티스트 공부를 정말 많이 한다고. 그런 의미에서 가상의 인물인 '케데헌' 작업은 또 다른 경험이 됐다. 리정은 "즐거우면 어렵지 않다 주의"라며 "너무 즐거웠다. 장기간에 몇 번의 수정을 거쳐 탄생한 작품들이라 애정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 측과의 첫 만남을 떠올린 그는 "다 열정이 가득한 분들이었다. 어떤 질문을 던졌을 때 막힘없이 대답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다. 준비성으로 만드는 대답 말고, 진짜 설레서 대답하는 분들 있지 않나. 그분들이 그랬다"고 회상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리정은 제작진에게 '왜 이런 영화를 만드는지',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뭐고, 왜 전달하려 하는지', '왜 내가 필요한지' 등을 물어봤다면서, "줌 미팅인데도 다들 눈이 너무 반짝반짝했다. '이런 사람들과 무조건 해야 돼'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또한 소니 측으로부터 "기술적으로도 물리적인 한계가 없다",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땐 새 작업에 대한 설렘이 더욱 커졌다. 퍼포먼스를 만들 때 등장이 정말 중요하다는 리정은 "'How It's Done'을 처음 작업하며 비행기에서 뛰어내려 돔에 도착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헌트릭스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으면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기까지 해?' 했다"며 준비돼 있는 자신이 "잘 만들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를 떠올리며 기쁘게 이야기한 리정은 자신이 물었던 "내가 필요한 이유"에 들었던 답변도 전했다. 리정은 "저는 업계에서 현역으로 일하고 있다. 만약 '제일 잘한다'고 하면 그 칭찬도 좋지만, 제 고유의 취향과 감각을 인정해 줄 때가 좋다. 감각 자체를 좋아한다는 칭찬이 저를 움직였다. '제가 왜 좋으세요'는 필요가 없었다"고 '케데헌' 참여 비하인드를 들려줬다.
'춤'을 이야기하며 눈을 빛낸 리정은 몸을 써서 창작하는 댄서들을 향한 경외감도 드러냈다. 그는 댄서들을 "진실된 사람"이라 믿는다며, "'스우파' 전에는 이 직업을 알아주지 않았다. 프로그램 명에도 '스트릿'이 들어가는, 길에서 하는 가난한 예술임에도 선택한 사람들이 모여 발전시킨 예술이고 문화"라고 말했다.
이어 "막연해 보일 수 있지만, 목표가 없이 '그냥 한다'는 열정을 정말 높이 산다"며 "그런 사람들이 모여 키운 문화가 엄청난 자부심이 된다. 이걸 정말 사랑하고 진실되게 이 예술을 대한다는 것은 확신한다. 돈 벌려고 이걸 택하는 게 아니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모두가 알아주기 전에도 춤을 선택한 리정이다. 춤의 어떤 점을 사랑한 것인지에 리정은 "끝도 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면서도, 결국은 "결국 돌고 돌아보면 나는 그냥 춤이라는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다. 왜 나는 많고 많은 것 중에 춤을 골랐을까, 막연하지만 이유는 없는 사랑인 것 같다"고 진중하게 답했다.
한 분야에 오래도록 애정을 쏟고 있는 만큼, 리정은 논리적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대해 설명했다. 다만 이 부분은 애정만으로 형성된 것은 아니라고. 리정은 "관심 분야가 생기면 공부하는 걸 정말 좋아한다. 첫 관심 분야는 영어였고, 두 번째가 춤이다. 앞으로도 춤이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춤 덕분에" 음악, 아티스트, 영상, 그리고 조명까지 더 공부를 하고 싶은 것들이 생겼다고 했다. 리정은 "더 나은 것을 선사하기 위해선 기술적으로 춤 하나만 잘해야 하는 게 아니"라고 짚었다.
이어 리정은 자신에게서 나오는 "취향과 감각"을 위해 성찰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도 했다. 그는 "어떤 감정을 하나 느낄 때 이 감정을 느낀다고 인지하는 것 이상으로, 이 감정을 느끼는 이유와 배경도 파악하려고 한다. 나의 사고회로와 무의식을 파악해 보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가치 있는 공부인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리정은 "'나 이거 좋았는데 왜 좋았지', '왜냐면 난 이렇게 자랐으니까', '나 이런 거 불편했는데 왜 불편했지?' 이런 걸 파고들려고 한다"며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많은 걸 저에게 전달해 주는지 모른다"고도 덧붙였다.
몸의 감각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작업을 하기 때문일까. 리정은 "모순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무의식의 본능마저 멋져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게 정말 무의식이냐' 할 수도 있지만, 저는 제가 그런 사람이고 싶다"며 '좋은 감각'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들을 밝히기도.
리정은 외적인 치장은 물론, 집 인테리어와 청결까지도 신경 쓴다고 했다. 그는 "창작하는 사람은 좋은 것만 보고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작은 요소도 다 신경 쓰려하는 편"이라며 사소하게는 손톱 정리, 자신이 매일 여는 냉장고를 열었을 때도 만족스러웠으면 한다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어쩌면 '부수적인 것에 의미 부여 많이 하네' 해도, 저는 이렇게 하면 좋은 감각을 가질 수밖에 없을 거라는 제 공식을 믿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제가 천재라면 그런 게 상관없을 텐데, 그런 걸 신경 써야 좋은 감각이 나오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좋은 창작을 위해 좋은 감각을 유지한다는 신념을 지키고 행하는 리정이 앞으로 보여줄 무궁무진한 춤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 더욱 궁금해진다.
사진=더블랙레이블, 리정 계정, 한국경제뉴스DB
조혜진 기자 jinhyejo@koreaeconews.com
- 이전글휘인, 에이핑크와 한솥밥 먹는다…위드어스와 전속계약 25.07.25
- 다음글리정 "아티스트 공부 多…에스파와 만들 시너지 있을 것" 25.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