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선이 멈췄다…모르던 맛의 'K-판타지', 이게 진짜 되네 ['전독시' 입덕시②] > 영화

본문 바로가기
기사최종편집일 2025-07-28 05:00

일반기사 3호선이 멈췄다…모르던 맛의 'K-판타지', 이게 진짜 되네 ['전독시' 입덕시②]

기사입력 2025-07-23

작성자 오승현 기자

본문

(한국경제뉴스 오승현 기자) 현실적이기에 더욱 비현실적인 K-판타지 장르가 시작됐다.

23일 개봉한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감독 김병우)은 수많은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판타지 영화다.

영화화 소식부터 캐스팅, 각색까지 매 단계마다 큰 주목을 받은 기대작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는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어 버린 세상을 그린다.

너무나도 익숙한 2020년대의 한국, 나의 일상 같은 지하철 출근길, 일에 지쳐있는 직장인들의 마음이 그대로 표현된 시작은 판타지라고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공감을 자아낸다.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회사 책상을 정리하는 인턴 김독자(안효섭 분). 그는 퇴근길에 사춘기 시절부터 취준생으로 성장하던 10년 동안 자신의 밤을 함께한 웹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의 결말을 접하고 작가에게 그간 자신이 유일한 독자로서 오랜 기간 남았던 이유와 소설에 대한 평을 남긴다.

김독자는 이 세상 어디에나 있을 법한 '덕후'지만, 상상도 못할 경험을 하게 된다. 소설의 시작과 똑같은 상황에서 퇴근하던 그에게 펼쳐진 건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의 오프닝이다.

동호대교 한가운데에서 3호선이 멈췄다. 퇴근길이기에 더욱 붐비는 지옥철이 큰 진동과 함께 운행을 중단했다. 지구의 유료서비스가 중단됐다는 안내가 나온다.

승객들이 점차 소란스러워지는 가운데, 듣도보도 못한 존재의 '비형'이 모두의 앞에 등장한다. 홀로그램 같기도, 귀여운 캐릭터 같기도 한 동글동글한 비형은 현실을 살아가던 사람들의 삶에 개입해 생사가 달린 '시나리오'를 부여한다. '시나리오'는 크고 작은 퀘스트 부여 형식으로 되어있으며, 이를 통과하면 보상이 있지만 실패할 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마치 온라인 게임을 연상케 하는 설정이다.

모두가 비형의 살상능력에 겁을 먹고, 갑자기 부여받은 생존 퀘스트에 패닉상태가 된다. 그러나 기시감을 느낀 김독자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자신이 아끼고 아끼며 읽던 소설임을 깨닫는다. 그렇게 돌린 시선에서는 옆 칸에서 이 현실이 지루하고 익숙한 듯 무표정을 짓고 있는 주인공 유중혁(이민호)을 단번에 알아보게 된다.

소설의 주인공이 죽음을 맞이하는 세상은 그 즉시 소멸이다. 소설의 결말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김독자는 주인공 유중혁의 죽음을 막으면서 되도록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남아야겠다는 큰 결심을 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되는 '전독시'는 유일무이한 세계관을 자랑한다. 매번 등장하는 퀘스트 시나리오, 게임 속 '상태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시각 효과. 시나리오 통과 시 얻는 코인으로 체력, 민첩성 등 게임 캐릭터를 키우듯 자신을 '레벨업' 할 수 있는 설정까지 익숙하지만 영화에서는 너무나도 낯설다.

비현실적인 설정은 오히려 현실적인 배경과 맞물리며 더 큰 스케일감으로 다가온다. '전독시'는 지겹도록 앉았던 지하철을 뒤집고 돌리고 한강에 던진다. 동대입구역, 충무로역, 약수역 등 주인공들이 혈투를 펼치는 지하철 역은 정말 한국의 현실 그 자체다.

또한 현실에 있을 수 없는 존재인 어룡과 화룡처럼 주인공들이 마주하는 위협적이고 비현실적인 존재들은 현실적인 두려움을 그렸고, 사실적인 상황 묘사와 사람들의 감정으로 비현실적인 상황이라는 것이 강조해 판타지의 묘미를 제대로 느끼게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소설 속에 들어오게 된 현실 속 인물 유상아(채수빈), 소설 속 인물 이현성(신승호), 정희원(나나), 이지혜(지수)부터 그저 집에 가고 싶은 귀여운 아이 이길영(권은성)까지 다양한 인물이 각자의 삶을 살다 얼떨결에 뭉치게 된다.

'전독시'에는 소설 속 인물과 현실 속 인물이 적절히 뒤섞여 있지만 이들은 모두 새로운 K-판타지를 그린다.

주먹과 총, 칼이 전부인 액션이 아니다. 인물들은 각각 '시나리오'의 세상 속에서 후원을 받을 성좌를 선택하게 되고, 저마다의 스킬(능력)을 부여받게 된다.

실뜨기를 연상케 하는 '실 액션' 채수빈, 단검을 사용하는 '처절 액션' 나나, 이민호를 따르는 냉정한 '여고생 액션' 지수, 트라우마에 갇혀있으나 잠재력을 가진 '방어 액션' 신승호 등 개성있게 화려한 액션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전독시' 만의 특별함을 자랑한다.

'전독시'의 설득력있는 몰입감은 대규모 VFX 작업이 만들었다. 전체 1,500여 컷 중 약 1,300여 컷이 CG 분량이다. 상상은 했지만 실현은 하지 않았던 세계관을 '전독시'가 만들어냈다.

영화 작업은 현실과 판타지의 황금 밸런스를 찾기 위해 최대한 현실과 유사하게 제작한 세트장에서 미술감독과 VFX팀의 긴밀한 협업이 주를 이뤘다. 여기에 익숙지 않은 액션임에도 끝까지 감정을 잃지 않았던 배우들의 도전이 더해져 부끄럽지 않은 K-판타지의 시작이 이뤄졌다.

유대감 없이 떨어져 있던 인물들이 점차 눈앞의 상황에 적응하고, 서로를 위할 수 있는 성장을 이뤄낸 후에는 아름다운 팀플이 펼쳐진다. 이들은 모두 서로를 위해 성장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각자 역할이 있는 게임 속 길드 사냥처럼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스킬이 시각적으로도 큰 만족감을 안긴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답답하지 않은 '사이다 액션'에 빠지다 보면 영화를 계속 보고싶은 아쉬움이 생기기도 한다.

입덕을 부르는 '전지적 독자 시점', 23일 개봉했다. 러닝타임117분. 15세이상관람가. 쿠키영상 있음.

사진= 한국경제뉴스 DB, 롯데엔터테인먼트

오승현 기자 ohsh1113@koreaec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