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기사 "이종범이 시즌 중 예능 가려고 사라졌다" 쏟아지는 비판에 '바람의 아들' 무슨 답 내놨나
기사입력 202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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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에 전혀 좋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기에 야구계가 더 큰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드디어 감독직 숙원을 이룬 이종범 감독은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 사령탑이 된다.
최강야구는 은퇴한 프로야구 선수들이 팀을 꾸려 다시 야구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존 제작사와 저작권 분쟁을 겪은 가운데 오는 9월 새로운 시즌 방송을 예고했다.
최강야구 제작진은 지난 30일 공식 입장을 통해 "한국 야구계의 전설 이종범 감독이 프로구단을 떠나는 힘든 결정을 내리면서 합류해 준 것에 감사하다"며 "저작권 침해 사태로 촉박하게 섭외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구단과 프로야구 팬들에게 불편감을 드려 송구하다. 한국 야구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는 야구 콘텐트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종범 감독은 "한국 야구 흥행과 저변 확대, 은퇴 선수들의 재조명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이라 판단해 새로운 역할을 수락하게 됐다"고 합류 배경을 전했다.
최강야구 제작진은 기존 소속팀 KT 위즈 구단에 전혀 언질을 주지 않고 이 감독을 뒤로 몰래 섭외했다. 이 감독도 지난해 가을부터 7개월 동안 동고동락한 팀을 단 며칠 만의 고민으로 이별을 택했다.
KT 구단도 일찌감치 마음이 떠난 이 감독을 붙잡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타이거즈 현역 시절부터 33년 동안 인연을 맺었던 KT 이강철 감독의 마음이 더 쓰릴 수밖에 없었다. 이 감독은 후배의 프로 지도자 커리어를 이어가도록 배려했지만, 돌아온 건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시즌 도중 팀을 떠나는 무책임한 행동과 마주쳐야 했다.
이종범 감독은 30일 최강야구 제작진을 통해 서면 인터뷰를 전했다.
이 인터뷰에서 이 감독은 "6월 초 최강야구 담당 PD와 저녁을 먹었다. 처음에는 최강야구를 준비하고 있는 줄도 몰랐다. 예전 축구 예능에 게스트 출연한 것이 인연이 되어 가끔 식사하는 사이다. 이야기 도중 새로운 최강야구의 감독 제안을 받았지만 현직 코치 신분이기 때문에 사양의 뜻을 표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며칠 후 몇몇 은퇴한 후배들에게 연락이 와 내가 구심점이 돼 최강야구를 이끌어 주길 부탁받았고, 여러 날을 고민했다. 최강야구가 한국 프로야구 흥행에 많은 역할을 한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강철 감독님께 상의를 드렸고, 감독님이 내 생각과 입장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신 덕분에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라고 감독직 수락 배경을 밝혔다.
이 감독은 더 많은 야구계 후배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싶어서 감독직을 수락했다고 다시 강조했다.
이 감독은 "야구 예능이 인기를 얻으면서 몇몇 후배들은 제2의 전성기를 누리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후배들도 많다.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최강야구가 다시 뭉칠 수 있다면 더 많은 후배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그 일에 나도 함께 도전하고 싶어 감독직을 수락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주객이 전도된 해명을 전달했다. KBO리그 흥행은 KBO리그 외부가 아닌 내부의 힘으로 이뤄진다. 이 감독이 최소한 2025시즌은 본래 맡았던 KT 코치로서 소속팀의 호성적과 새로운 스타 플레이어 발굴에 힘을 조금이라도 더 보태는 게 맞았다.
KT 젊은 유망주들이 KBO리그 최고 레전드 출신인 이 감독을 옆에서 보고 배워 기량을 키울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더 많은 후배에게 진정한 기회 제공과 함께 진짜 한국 프로야구 흥행을 이끌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는 방향이다. 또 은퇴한 후배들의 연락을 주된 감독직 수락 명분으로 대는 것 또한 모범을 먼저 보여야 할 선배 야구인으로서 적절하지 않았다.
이 감독은 다음으로 KT를 떠난 결정에 대해 답했다.
이 감독은 "먼저 KT를 응원해 주시는 팬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시즌 도중 구단을 떠나는 결정은 결코 쉽게 내린 것이 아니다. 제안을 받고 많은 걱정에 며칠을 심사숙고했고, 이강철 감독님께 상의드렸다"며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팀 전력 누수에 대한 걱정보다는 절친한 후배의 야구 커리어에 대한 걱정 때문이셨다. 후배가 정통 지도자의 길을 가길 바라는 마음이 크셨다. 하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후배들이 있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내 마음을 이해하고 허락해 주셨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 감독은 "내 결정이 팀의 공백을 비롯해 야구계의 이례적인 행보로 비난받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감독 제안을 받았을 때 나는 마침 구단에서 능력 있는 후배 코치들의 성장을 위해 한 발짝 물러난 상황이었다. 후배 코치들이 너무 잘해주고 있는데, 내 존재가 오히려 부담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에게도 부담이었기에 이 부분을 감독님께서도 헤아려 주셨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감독은 최강야구 감독으로서 포부도 전했다.
이 감독은 "최강야구 감독직을 수락하면 많은 욕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감독직 자체만을 원했다면 최강야구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최강야구를 살리는 것은 한국 야구의 붐을 더욱 크게 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새로 출범하는 최강야구는 유소년 야구 등 아마추어 야구에 대한 지원도 약속했다. 은퇴 선수들의 새로운 도전을 이끌고, 야구계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일인데, 예능이라고 해서 프로야구와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야구 예능프로그램이 KBO리그 흥행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됐다고 해도 시즌 중반 소속팀을 갑작스럽게 떠나는 결정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만약 국가대표 감독직에 오르기 위해 이런 결단을 내렸다면 어느 정도 참작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언제 폐지될지도 어떤 영향력이 나올지도 모르는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기존 야구계 상도의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 건 용납할 수 없는 문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종범 감독은 자신이 왜 KBO리그 감독이 되지 못했는지를 보여주는 무책임한 선택으로 다시 현장으로 돌아갈 다리를 불살랐다. 만약 이승엽 전 감독의 사례를 속으로 내심 원한다면 그건 더 큰 착각이다.
최강야구 제작진도 한국야구 근간을 흔드는 무리수를 뒀다. 당장은 프로그램 시작 전 야구계의 관심을 끌어모았다고 좋아할지 모른다. 하지만, 저작권 분쟁 논란을 떠나서 준비 과정을 본다면 아류를 따라하는 아류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근본이 없다면 그 결말은 정해져 있다.
사진=한국경제뉴스 DB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koreaec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