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 8⅓이닝 1피안타 인생투! "노히트 의식 안했는데, 홈런 맞으니 아쉬워"…라팍에 '기립박수' 쏟아졌다 [대구 인터뷰] >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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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 2025-07-28 16:04

일반기사 LG전 8⅓이닝 1피안타 인생투! "노히트 의식 안했는데, 홈런 맞으니 아쉬워"…라팍에 '기립박수' 쏟아졌다…

기사입력 2025-07-05

작성자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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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뉴스 대구, 김유민 기자) 직전 등판에서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 2회도 마치지 못하고 물러나는 수모를 겪었던 삼성 라이온즈 좌완 이승현이 바로 다음 경기에선 강팀 LG 트윈스 타선을 꽁꽁 묶으며 노히트 노런 직전까지 가는 호투를 선보였다.

그는 "노히트를 의식하진 않았다"면서도 "9회에 막상 홈런을 얻어맞으니 아쉬움이 들었다"고 했다.

이승현은 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8⅓이닝 1피안타(1피홈런) 3사사구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올 시즌 삼성의 5선발로 낙점받은 이승현은 이날 경기 전까지 14경기에 등판해 3승 7패 평균자책점 5.22를 기록 중이었다.

5선발 치고 나쁜 성적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만족스러운 성적도 아니었다. 특히 한 경기 최다 이닝이 5이닝에 그칠 정도로 이닝이터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지난달 29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1⅓이닝 소화하고 강판당하는 아픔도 겪었다.

당시 키움과 주말 시리즈 1, 2차전에서 모두 패해 루징시리즈가 확정된 삼성은 싹쓸이패를 면하기 위해 해당 경기 총력전을 예고했다. 1회말 이미 선취점을 내준 이승현이 2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자, 삼성 벤치는 결단을 내렸다.

그 날 삼성은 선발 이승현을 포함 총 7명의 투수를 쏟아부었으나, 물오른 키움 타선의 화력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3연전 '싹쓸이패'를 당했다. 이승현에게도 적지 않은 아픔이었다.

4일 LG전에선 달랐다. 지난 등판에서의 아쉬움을 모두 날려버리는 눈부신 호투가 나왔다.

이승현은 1회초 LG 상위타선을 삼자범퇴로 잡아내며 좋은 출발을 알렸다. 2회초 2사 후 문성주에게 몸에 맞는 볼로 첫 출루를 허용했지만, 후속타자 오지환을 1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3회와 4회를 연속 삼자범퇴로 정리한 이승현은 5회초 2아웃 이후 오지환을 볼넷으로 내보내 두 번째 출루를 내줬고, 후속타자 이주헌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추가 진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승현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르며 자신의 올 시즌 최다 이닝 기록을 경신했다. 선두타자 박해민을 3루수 직선타, 신민재와 천성호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지난해 7월 3일 KIA 타이거즈전 이후 366일 만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효율적으로 투구수를 관리한 이승현은 7회초에도 투구를 이어 나갔다. 김현수를 중견수 뜬공, 문보경과 박동원을 연속 삼진으로 잠재웠다. 동시에 개인 통산 한 경기 최다 투구 이닝(종전 6이닝) 기록도 경신했다.

이승현의 호투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8회초 등판해 선두타자 문성주를 1구 만에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다. 후속타자 오지환을 8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내며 위기를 맞이했으나, 대타 김주성의 1루수 방면 직선타를 잡은 르윈 디아즈가 주자보다 먼저 베이스를 밟으면서 이닝이 종료됐다.

이승현은 스스로 경기를 매듭짓기 위해 9회에도 마운드로 향했다.

그는 선두타자 박해민을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우고 아웃카운트 하나를 올렸다. 그러나 다음 타자인 신민재의 한 방이 이승현의 노히트 행진을 깨트렸다. 3B 1S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던진 몸쪽 패스트볼이 신민재의 스윙에 걸려 우측 담장을 넘어갔다. 공교롭게 이날 홈런은 신민재의 프로 통산 첫 홈런이었다. 이승현은 곧바로 김태훈에게 공을 넘겼다.

마운드를 내려가는 이승현에겐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바뀐 투수 김태훈은 천성호에게 안타, 문보경에게 볼넷을 내주며 어려운 승부를 이어갔지만, 마지막 타자 박동원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고 팀의 4-1 승리를 지켰다.

이날 경기 종료 후 취재진을 만난 이승현은 "제가 잘 던진 게 아니라 운 좋게 타구들이 야수 정면으로 많이 향했다. 어려운 타구들도 야수들이 잘 처리해 줘서 부담 없이 던졌던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6회 이후 어떤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느냐는 질문에 그는 "똑같이 올라갔다"고 답하며 "저는 항상 5회까지만 던졌다. 5회 지나고 최일언 코치님이 매 순간 순간 1회라고 생각하고 던지라는 얘기를 해주셔서 6회, 7회, 8회도 그렇게 던졌다"고 덧붙였다.

이어 "9회초에 올라갈 때는 팬들이 크게 응원해 주셨다. 신경을 안 쓸 수는 없었는데, 그래도 마음을 잡고 던지려고 했다"며 "(신민재에게) 홈런 맞기 전까지 전혀 (노히트를) 의식하지 않았다. 만약 2아웃까지 갔으면 아무래도 신경을 썼을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9회초 신민재에게 홈런을 맞았을 때를 두고는 "맞고 나니 아쉽다는 생각이 들더라. 타구가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하는 타구는 아니었다. 잘 맞은 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넘어가더라"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비록 노히트 대기록 달성엔 실패했지만, 자신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하루였다. 끝으로 이승현은 "보람을 느끼기보단 계속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노력하고 좋아져서 아리엘 후라도처럼 6이닝, 7이닝을 던질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게 꿈이다"고 밝혔다.

사진=한국경제뉴스 대구, 김유민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 삼성 라이온즈

김유민 기자 k48944@koreaec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