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천재 유격수로 기억되고파" '52번의 21년 헌신' 최강 10번 타자 마음속 영원히 새겨졌다 [잠실 현장] >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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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 2025-07-2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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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7-07

작성자 김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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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뉴스 잠실, 김근한 기자) 21년간 한 팀에서 헌신한 '천재 유격수' 김재호가 두산 베어스 현역 유니폼과 진정한 작별을 고했다.

김재호는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T 위즈전에 6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은퇴 경기를 치렀다.

김재호는 2004년 1차 지명을 통해 두산에 입단했다. 10년간 백업 생활을 이어간 김재호는 2014시즌부터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김재호는 2025시즌 133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7, 126안타, 3홈런, 50타점을 기록하며 데뷔 후 첫 풀타임 3할 시즌을 보냈다. 이듬해인 2016시즌에는 타율 0.310, 129안타, 7홈런, 78타점, 출루율 0.389, 장타율 0.440의 뛰어난 성적을 남기며 팀의 2년 연속 우승에 기여했고,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김재호는 2019년 한국시리즈에서는 타율 0.364, 4안타, 3타점, 3볼넷, 4득점으로 활약하며 세 번째 우승에 힘을 보탰다.

김재호는 이날 은퇴 경기 출전 포함 통산 1794경기에 출전해 1235안타, 54홈런, 600타점, 661득점, 581볼넷, 79도루, 출루율 0.356, 장타율 0.366을 기록했다. 1794경기 출전은 두산 프랜차이즈 역대 최다 출전 기록이며(2위 안경현, 1716경기), 유격수로서 기록한 안타, 타점, 홈런 등 대부분의 주요 지표에서도 구단 내 최다 기록 보유자로 이름을 남겼다.

김재호는 6일 경기에 앞서 가족들과 함께 기념 시구 뒤 1회초 유격수 수비에 나섰다. 김재호는 2아웃 뒤 박준순과 교체됐다. 김재호는 자신의 등번호를 물려받은 박준순에게 입고 있던 유니폼을 벗어 입혀주는 그림을 연출했다.

김재호는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팀 동료들과 하이 파이브를 한 뒤 그라운드에서 물러났다. 이후 김재호는 이날 경기 클리닝 타임 때 21년의 헌신을 담은 기념패 등 선물을 전달받았다.

두산은 6일 경기에서 3-6으로 뒤지던 8회 5득점 빅 이닝으로 8-7 극적인 대역전승을 일궜다. 김재호 은퇴식과 은퇴 경기에 걸맞은 완벽한 결말이었다.

경기 종료 뒤 은퇴식에 나선 김재호는 BEARS의 알파벳을 따 '비긴('B'egin)', '에볼루션('E'volution)', '어치브먼트('A'chievement)', '리스펙트('R'espect)', '스피릿('S'pirit)' 순서로 은퇴식 프로그램에 임했다.

먼저 'Begin' 파트에서 암전 상태 뒤 조명이 켜지며 고향과도 같던 유격수 자리에서 김재호가 등장했다. 두산 베어스 역대 최다 출전 선수이자 유격수 최다 안타·홈런·타점 등 각종 기록 선두에 오른 김재호의 시작점을 조명했다. '베어스 유격수'로서 마지막으로 1루 송구 퍼포먼스를 펼쳤고, 화려한 폭죽이 그라운드 위에서 터졌다.

'Evovolution' 파트에서는 차가운 현실에도 꾸준히, 묵묵히 땀방울을 흘리며 자신을 갈고 닦은 노력의 아이콘 김재호를 조명했다. 김재호와 함께 땀방울을 흘렸던 양의지, 이영하, 곽빈이 꽃다발을 전달했다.

'Achievement' 파트에서는 베어스 역대 최고 유격수라는 성과를 얻은 김재호를 조명했다. 김재환, 정수빈, 박치국이 꽃다발을 전달했다.

'Respect' 파트에선 김재호가 쌓은 수많은 숫자들 그걸 넘어서 한결같이 팀을 위한 헌신으로 자리매김한 김재호 향한 존경을 담았다. 강승호, 이유찬, 오명진, 박준순이 꽃다발을 전달했다.

'Spirit' 파트에선 영원히 남을 김재호의 정신과 헌신을 조명하면서 사랑하는 그의 가족들이 꽃다발을 전달했다.

BEARS를 차례로 돈 김재호는 단상에서 마지막 은퇴사를 낭독했다. 김재호는 은퇴사 이후 유격수 자리 흙을 직접 퍼 소장하는 퍼포먼스를 펼친 뒤 선수단 기념 촬영 및 헹가래를 진행했다. 이후 오픈카를 타고 '최강 10번 타자'들에게 인사를 건넨 뒤 은퇴식을 마무리했다.

다음은 김재호 은퇴사 전문.

안녕하십니까. '최강 10번 타자' 두산베어스 팬 여러분. 영원한 '천재 유격수'로 기억되고 싶은 김재호입니다.

저는 오늘 여기 계신 팬분들 앞에서 울컥하지 않고 환하게 웃겠다고 자신했는데 정말 쉽지 않습니다. 막상 이곳에 서니 다리도 좀 풀리는 것 같고요. 머리가 하얘지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참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분들이 없었더라면 결코 성공적인 시작도 마무리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먼저 매 순간 선수들을 격려해 주시고,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박정원 구단주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두산베어스 프런트 관계자분들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더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준비하던 모습을 저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오늘 저의 은퇴 경기와 은퇴식을 위해 많은 배려를 해주신 KT 이강철 감독님, 코칭스태프, KT 선수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우리 선후배 동료들 수많은 얼굴들이 떠오릅니다. 언제나 나의 목표이자 긍정적 자극제였던 시헌이 형. '왕조' 시절 함께 했던 현승이 형, 의지, 재환이, 수빈이, 용찬이 등 여러 선수들이 있지만 다 이름을 다 불러드리지 못한 점 미안하고요. 지금은 팀을 떠난 재일이, 병헌이, 주환이, 그리고 건우, 경민이.

또 김경문 감독님과 김진욱 감독님, 김태형 감독님, 이승엽 감독님을 포함해 저를 지도해 주신 코치님들 감사드립니다. 이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습니다. 선수로서 마지막 순간에 이분들께 또 한 번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를 위해서 여태껏 고생해 주셨던 저의 어머니, 그리고 지금은 하늘에 계신 저희 아버지 정말 감사드리고요. 덕분에 아들이 정말 멋지게 선수 생활을 마지막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참 좋은 아들이 되지 않았나 생각들고요. 그리고 어머니의 희생과 아버지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저 또한 이렇게 성공한 야구선수가 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항상 표현은 못하지만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장모님도 감사드리고요.

그리고 나의 전부인 혜영이와 서한이, 그루, 승후.

제가 일생 동안 서 있던 유격수 자리는 투수의 등 뒤를 든든하게 지키는 포지션입니다. 그런 저를 언제나 뒤에서 지켜준 건 가족이었습니다. 가족들의 헌신과 사랑이 저를 지금 이 자리에 서 있게 만들었습니다. 언제나 사랑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자부심인 최강 10번 타자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1군에서 자리잡기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습니다. 지칠 때도 있었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팬 분들이 저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저를 끊임없이 응원해 주신 최강 10번 타자 여러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저는 오늘의 인사가 영원한 안녕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언제나 우리 두산베어스 곁에 있을 것입니다. 두산베어스, 그리고 최강 10번 타자 여러분은 저의 자부심이자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제 은퇴사를 들어주셔서 감사하고요. 이렇게 선배를 좋게 떠나보내고 싶은 후배들의 마음을 또 오늘 받고 가서 두 배로 기쁜 은퇴식이 된 것 같습니다. 후배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기까지 두산베어스 김재호는 물러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한국경제뉴스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koreaeconews.com